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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46
(121~123일째) 잠자는 유라시아 코털을 건드리며
강명구  | 등록:2018-01-05 12:21:19 | 최종:2018-01-05 13:13:1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피곤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몸은 언제나 천근만근이 되었다. 그러나 천근만근 보다도 더 무거운 것이 있으니 바로 눈꺼풀이다. 아침마다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일은 올림픽 역도 경기에서 인상, 용상을 치르듯 곤욕을 치르게 한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고 소화도 시키기 전에 길을 나선다. 한 4km 정도 걸으며 예열을 시키고 나면 이제 몸은 그 무게를 덜기 시작한다. 그렇게 무게를 덜어낸들 하루 40여km를 달리는 일은 막장일보다도 더 힘든 일이다. 무게를 덜어낸 몸으로 한참을 달리다 보면 나의 몸과 마음은 용광로처럼 들끓는다. 그 깊은 곳에서 반짝이는 금을 캐듯 달리며 사람들 마음속에서 반짝이는 평화의 마음을 캐내는 일도 가치 있는 일이겠다.

이제 길 떠난 지 넉 달 지나 4,000여km를 달려 여덟 번째 나라를 향하고 있다. 사실 이 여정은 내게 첫사랑처럼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왔다. 준비된 사람에게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나 사랑은 어느 순간 벼락처럼 떨어져 내린다. 느닷없이 들이닥쳐 애틋하고 그리운 마음이 요동친다. 사랑은 그 어떤 두려움도 벗어던지게 하는 강한 마약성을 갖고 있다. 한번 그리워하는 마음이 생기고는 유라시아를 만나지 않고는 어쩔 수 없는 상사병에 빠져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나는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던진 사랑의 화신이 되었다.

수많은 민족과 국가가 명멸하며 역사와 문명을 만들어내던 길을 달린다.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자연과 인간과 질펀하게 사랑과 교감을 나눈다. 꿈일지라도 온 인류가 소통하고 화합하여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명세계를 그리는 일은 나로서는 대단한 일이다. 우리가 밤일 때 낮인 곳으로 단숨에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그 옛날 이곳 사람들을 꿈꾸며 상상했다. 그리고 이곳이 밤일 때 낮인 곳을 향하여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끝없이 달려가고 있다.

▲ 2017년 1월 1일 월요일 터키 Gulyali에서 기레순까지 달리면서 만난 모스크

가난한 광부들은 힘들게 일해도 그들이 캐낸 철이 무기가 되어 생명을 앗아가게 되는 줄 모른다. 나는 소위 4대 강국이 무기를 팔지 않아도 아직 경제대국으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무기를 팔기 위해 긴장을 조장하는 따위의 일은 하지 않아도 되기를 바란다.

최고의 무기 수출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순이다. 새해 첫 마디가 저주의 말이 되어 나로서도 참 안타깝지만 새해에는 무기상들이 다 망하기를 바란다. 이들 나라의 무기 공장이 다 문을 닫으면 경제가 휘청거릴지 모른다. 중국에는 공장이 많으니 놓아두고 미국과 러시아에 의류공장이나 식료품 공장 지어주기 모금 운동이라도 벌여야겠다. 세계평화를 위하여!!!!

▲ 2017년 12월 30일 터키 Unye에서 Yarli까지 달리면서 만난 자전거 여행객

나는 연말연시를 로마, 그리스 시대에 이미 조성된 흑해 연안의 오랜 도시인 삼순(Samsun), 윤예(Unye), 오르두(Ordu), 기레순(Giresun) 같은 도시를 달리고 있다. 휴양도시라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이야기꽃을 피우며 해변을 걷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12월 30일은 영어 선생님, 수학 선생님, 지리 선생님 세 분이 학생 한 명과 함께 산악자전거로 여행을 하는 그룹을 만나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 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친구들

12월 31일에는 길얄리(Gulyali)라는 작은 마을 초등학교를 지나는데 아이들이 아이들다운 호기심으로 우르르 몰려와 인사를 한다. 반가운 마음에 내가 달리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중 한 어린이가 영어실력을 뽐내며 친구들에게 내 이야기를 통역한다. 이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함께 2017년 마지막 날, 소리를 지르며 운동장 한 바퀴 평화대장정 퍼포먼스를 펼쳤던 기억은 아마도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다.

무술년 해가 밝았다. 개는 냄새로 공부를 하며 세상을 읽는다. 나는 발로 대지를  밟고 그 위에 진한 땀을 떨어뜨려가며 지식의 폭을 넓히고, 세상을 알아가고, 사랑을 키워간다. 자신을 태우고 떨어지는 촛농처럼, 땀은 자신을 태우며 떨어져 내면을 비춘다. 땀을 흘릴 때 인간은 가장 밝고 맑게 된다. 달리면 감각의 모공은 활짝 열리고 작은 유혹에도 흔쾌히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된다. 그런 나는 아주 작은 아름다움에도 영혼을 빼앗기곤 한다. 그 어떤 자극에도 놀라지 않을 준비가 된 바쁜 도시인들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다.

구역성경에는 인간들이 신의 힘에 도전하기 위하여 하늘 높이 바벨탑을 쌓는다. 하느님은 노하여 이를 무너뜨린다. 무너뜨리는데 그치지 않고 인간 언어를 수백으로 나뉘게 하여 소통을 금했다. 대화와 소통은 하느님도 두려워할 만큼 놀라운 힘이 있다. 그 가공할 힘으로 우리는 평화를 지켜내면 된다. 사드도 필요 없고 핵무기도 필요 없다. 한동안 인공지능이 바둑으로 인간을 이기지 못 할 줄 알았다. 바둑을 이긴 인공지능은 이제 거의 완벽하게 통역을 해준다. 좋은 번역 앱을 깔면 외국인들과 소통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세계는 놀라울 정도로 가까운 이웃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이번 여정을 통해서 실감하게 된다.

유라시아 대륙은 인류 역사 이래 언제나 세계사의 주축이었지만 중세 암흑시대 이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있다. 거대하며 다양한 문화를 품은 유라시아 대륙이 잠에서 깨어나는 날, 인류는 다시 한 번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탈 것이다. 내가 꿈꾸는 변화는 격랑의 소용돌이가 아닌 호수처럼 잔잔하고 평화롭게 소통하며 교류하는 역동적 변화일 것이다.

나는 달리면서 이 잠자는 거대한 대륙의 코털을 건드려 잠에서 깨어나게 할 것이다. 그것이면 된다. 잠에서 깨어난 대륙은 바로 방향을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은 세계 많은 국가들 중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역동적이며 성공한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진정한 광복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자주적인 평화통일을 이루지 못하고는 우리가 안고 있는 정치, 사회적인 갈등은 해결되지 못한다. 분단은 우리가 오랫동안 앓고 있는 지병과 같은 것이다. 이 지병을 치료하지 않고는 건강을 얻을 수 없다.

▲ 2017년 1월 1일 월요일 비오는 터키 Gulyali에서 기레순까지 달리면서. 한 폭의 수채화 같다.

▲ 2017년 12월 30일에서 1월 1일까지 달리면서 만난 이정표

▲ 2017년 12월 30일에서 1월 1일까지 달리면서 만난 사람들

▲ 2017년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2018년 1월 1일 터키 기레순까지(누적 최소거리 약 4422.42km)

* 강명구선수의 평화마라톤에 대해 더 자세한 소식을 알고 싶으면
공식카페(http://cafe.daum.net/eurasiamarathon)와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eurasiamarathon)에서 확인 가능하다.
또한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8063)과 유라시안마라톤조직위 공식후원계좌(신한은행 110-480-277370/이창복 상임대표)로도 후원할 수 있다.

강명구

북미대륙 5,200km를 유모차에 ‘남북평화통일’ 배너를 달고 뛰었으며, 지난 6월 6일부터 24일까지 제주강정에서부터 광화문까지 ‘사드철회와 평화협정을 위한 평화마라톤’ 을 뛴 평화마라토너다. 9월 1일 네덜란드의 헤이그를 출발해서 유라시아 대륙 16,000km를 뛰어, 내년 11월에 북한으로 들어와 판문점을 통과해 서울로 들어올 예정이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4381&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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