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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는 건축인가 혹은 비건축인가
은유로서의 건축 - 언어, 수, 화폐. 가라타니 고진/ 김재희역
김홍열 | 2016-09-26 12:44:5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네트워크는 건축인가 혹은 비건축인가
은유로서의 건축 - 언어, 수, 화폐. 가라타니 고진/ 김재희역 
 

전체적으로 독해가 쉽지 않은 책이다. 문제의식은 분명하고 결론 역시 명확한데 지적 여정을 따라가는 과정은 오솔길이 아니라 길이 잘 안 보이는 험난한 산악길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길을 잃는다. 목적지 정상은 분명 보이는데 정상으로 가는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일단 정상에 오르면 길이 다시 보인다.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다.

해체론과 후기 구조주의의 다른 담론들을 포함하는 개념이자 사상으로 이해되는 포스트모더니즘은 정확하게 말해서 건축에 그 뿌리를 둔다고 말할 수 있다. 구조라는 것은 그것이 하나의 개념으로 이해될 때와 마찬가지로 확실히 건축적이다. P 41 

서양 철학은 기본적으로 ‘건축’으로 시작되었다. 출발점은 플라톤이다. 플라톤은 철학자를 건축가에 비유했다. “건축은 생성을 제작에 의해 재구축함으로써 모든 생성에 저항하고 버틸 수있게 하는 능동적인 입장” 이라고 주장한다. 철학자는 이상적인 국가를 ‘건축’하고 싶었고 그 역할을 위해 哲人 왕을 상정했다. 철학은 결국 건축에의 의지다. 이 노선을 데카르트, 칸트, 헤겔이 따라간 것이다.

니체는 여기에 반박한다. 건축에의 의지가 합리적 의지에서 파생된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자체는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건축’을 언급할수록 오히려 토대의 부재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 역설이다. 이것이 후기 구조주의가 니체로 회귀한 이유다. 그러나 니체의 낭만주의적 성향은 답이 될 수 없다. 이성을 해체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성뿐이다, 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쿠르트 괴델에서 그 가능성을 찾는다.

엄밀성과 결정 가능성이 본질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수학에서 결정 불가능성을 도입한 사람이 쿠르트 괴델이다. 수학은 플라톤 이후로 이상적인 토대 내지 건축적 체계를 직접적으로 제공해왔는데 괴델은 수학을 체계화하려는 시도가 결국은 수학적 토대의 불가능성으로 귀결된다고 제시한다. 그런 노력이 수학을 건축적 체계의 환상으로부터 해방시켰다. 수학은 수와 양에 관한 학문이 아니라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수와 양도 결국은 관계의 형식이다. 결국 수학은 본질적으로 역사적이다.

언어를 위해서는 비트겐슈타인을 주연 배우로 등장시킨다. 언어의 규칙이나 문법이 언어보다 먼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처럼 어떤 언어를 처음부터 사용하는 사람은 그 언어의 문법이 필요 없다. 내가 어떤 외국어의 규칙들을 안다고 믿어도 타자가 인정하기 전까지는 실천적으로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 결국 언어는 규칙이 아니라 실천이다. 건축이 아니라 타자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사회적 실천이다. 비트겐슈타인은 현재 언어에 내재되어 있는 비대칭성을 계속 드러내려고 했고 이런 비대칭성을 무시하는 사고방식에 비판적이었다.

화폐는 마르크스다. 고전경제학과 달리 마르크스는 교환에는 어떤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교환에는 의식되지 않는 강제적 힘이 있고 우리가 신용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어 자생적으로 계속 확장된다. 그것들은 공동체 안에서가 아니라 공동체 사이에서,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현실 구조를 그 기본 토대부터 붕괴시키는 것은 목표가 될 수 없다.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물의 현재 상태 즉, 의식되지 않는 강제적 힘에 대한 인식과 그 관계 사이에서 벌어지는 흐름을 철폐하거나 방향전환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공산주의는 계획되는 것이 아니라 기습적으로 일어난다.

언어, 수, 화폐에 내재되어 있는 건축에의 의지와 그 기획을 해체하려는 사상가들의 지적 여정을 소개, 분석하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소박하다. 저자가 생각하는 건축은

건축은 공통의 규칙 없이 일어나도록 조건지워진 의사 소통의 한 형태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타자, 즉 말뜻 그대로 동일한 규칙들의 집합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다. P 52

의사소통만이 남는다. 타자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항상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건축이다. 고진의 이 의사소통은 가상공간의 네트워크와 일정 정도 개념적 유사성을 공유한다. 가상공간의 네트워크는 규칙이전에 소통에 의해 존재하고 확장된다. 둘이 또는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 동의하면 새로운 언어와 그 언어들의 문법이 만들어지고 또 재구성된다. 약자, 이모티콘, 자음만으로 의사 표현하기 등이 그 사례다.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소멸되고 다시 또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 네트워크가 플라톤 ‘건축’의 변형된 형태인지 또는 ‘건축’의 해체인지 현재까지는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건 답이 없다. 과정이기 때문이다. 타자와 연대하는 삶에의 의지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홍열

  성공회대 겸임교수.정보사회학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1&table=hy_kim&uid=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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