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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은 3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질까
김홍열 | 2016-01-25 11:54:5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3D 프린팅의 공식 용어는 적층 제조(AM: Additive Manufacturing)다. 기존의 제조업은 주로 원재료를 자르거나 깎아 생산하는 절삭가공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3D 프린팅은, 예를 들어, 가루 형태의 재료를 쌓아 올리면서 – 적층하면서 – 물건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다. 종이 위에 여러 색깔의 잉크가 쌓이면서 이미지가 완성되는 것을 2D 프린팅이라 한다면 3D 프린팅은 그 결과물이 입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3D 프린팅의 기본적인 원리는 일반 프린팅과 같다. 컴퓨터에서 문서를 먼저 만든 다음 [인쇄 미리 보기]를 통해 출력이 적절한지 확인하고 이상이 없으면 [인쇄]를 눌러 문서를 출력하는 과정과 동일하다. 3D 프린팅에서는 문서 대신 입체 형상을 컴퓨터로 미리 만들어 확인하고 프린터 대신 제조기구를 이용해 실제 물건을 만들어 낸다. 개념적으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재료공학, 기계공학 등의 발전이 결합되고 여기에 시장의 수요가 생기면서 최근 급속하게 인기를 얻게 되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3년 국정연설에서 “3D 프린팅은 기존 제조방식에 혁명을 가져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한 이후로 “3D 프린팅은 3차 산업혁명의 시작”이라는 발언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지면서 3D 프린팅은 이제 세계적 핫 트랜드가 되었다. 실제로 3D 프린팅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들이 많이 발표된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3D 프린팅의 기적… 뼈암 10대 여학생 일어났다. ‘맞춤형 골반뼈’ 만들어 교체… 1주일 만에 걸어 (국민일보 인터넷 2015.7.24)

아디다스는 지난 7일(현지 시각)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운동화 퓨처 크래프트 (Futurecraft 3D) 3D를 공개했다. (www.wikitree.co.kr 15.10.12)

지난 8월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간질치료제 ‘스프리탐’(Spritam)은 세계 최초로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한 의약품이다. (www.hkn24.com 15.10.27
 
이와 같은 사례는 거의 매일 쏟아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개인 맞춤형 제품을 위주로 제작되고 있지만 조만간 제조가 가능한 모든 제품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도 3D 프린팅을 미래의 전략 먹거리로 선정해 R&D에  많은 예산을 투여하고 있다. 앞으로 한동안은 3D 프린팅이 주요 신사업으로 각광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3D 프린팅이 왜 3차 산업혁명의 시작이라고 주장하는지 생각해 보자. 이 주장의 적합성 여부를 떠나 그것이 던져주는 문제의식은 미래 사회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산업혁명이 혁명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대량생산에 있다. 제조업의 대량생산은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전까지는 가내 수공업이거나 도제 시스템에 의한 소량 생산이 대부분이었다. 농축산물 외에 일반 제조품은 사치품이었다. 제조과정도 길었고 제조에 필요한 원료를 구입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인류가 오랜 시간 농업 위주의 삶을 영위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업혁명은 오랜 농업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혁명적 사건이다. 에너지를 인위적으로 생산, 유통할 수 있게 되면서 대형 제조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었고 같은 형태, 같은 품질의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게 되면서 중세 봉건주의의 문을 닫고 자본주의의 새 길을 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질 좋은 옷을 입고 자동차를 타고 냉장고를 갖게 되면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틀이 완성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대량생산은 기본적으로 기업 • 생산자 위주의 시스템이다. 초기 투자 비용뿐만이 아니라 지속적 운영을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고 투자된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 간 경쟁의 심화로 생산시설은 더 대형화, 고도화되고 소비를 강요하는 광고가 도처에서 매 순간 진행되고 있다. 대량생산 시스템에서 소비자는 충실한 구매자 역할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소비가 곧 삶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를 중단할 수는 없고 주어진 몇 개의 제품 안에서 자신의 욕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3D 프린팅의 본질적 의미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제부터 내가 필요한 것은 내가 만들어 사용하겠다. 기성품에 내 몸을 맞추지 말고 내 몸에 맞는 옷을 만들어 입겠다. 물론 이런 주문형 시스템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3D 프린팅은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제품을 대량생산 시스템에서 주문형 시스템으로 전환시켜 기업 • 생산자 위주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충분히 3차 산업혁명을 예상할 수 있다. 제품 생산과 유통의 메커니즘이 기업 • 생산자 위주에서 개인• 소비자 위주로 재편된다면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충분히 예상할 수는 있다. 우선 대량생산 시스템에 조응하던 도제식 교육제도가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인터넷의 발달로 제조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어린 세대들은 소프트웨어에 더 친화적이다. 모바일 게임 등을 통해 3D에 익숙한 세대들이 이제 곧 사회의 주역이 된다. 컴퓨터가 나오고 바로 종이 프린터가 활성화된 것처럼 이제 모든 컴퓨터에 3D 프린터가 달려 나올 수도 있다. 필요한 인쇄물을 바로 만들어 보관하거나 나눠주는 것처럼 필요한 제품을 바로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다른 세상이 올 것이라는 예상은 힘들어 보인다. 개인형 맞춤이 꼭 필요한 제품들은 3D 프린팅이 복음일 수 있다. 개인의 장기나 신체의 일부 등은 주문형 제작이 더 적합하다. 또 여러 가지 이유로 대량생산이 힘든 제품들도 있다. 그러나 일부의 제품을 제외하고 가격과 품질에 있어 대량생산시스템보다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제품들은 대량생산 시스템에 의한 생산과 유통이 더 합리적이다. 이런 시스템은 앞으로도 꽤 긴 시간 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회는 충분히 분업화되어 있고 자본주의적 합리성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3D 프린팅이 좋은 아이디어고 개념이라서 한동안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은 있어 보이지만 혁명으로까지 연결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김홍열 (성공회대 겸임교수. 정보사회학)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1&table=hy_kim&uid=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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