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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是非)를 걸면 나쁜 놈, 그런가?
김용택 | 2017-08-31 09:36:4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다른 나라 말도 그렇겠지만, 우리 말 중에는 부정적인 의미의 말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가끔 있다. 염치(廉恥)라는 낱말은 청렴할 렴(廉), 부끄러울 치(恥) 즉 ‘사람이 갖추어야 할 예의와 체면을 앎’과 같은 긍정적인 의미다. 그런데 염치라는 말은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염치없는 사람’ 혹은 ‘후안무치’의 뜻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시비(是非)라는 말도 그렇다. 시비(是非)는 한자로 옳을 시((是), 아닐 비(非)자다. ‘옳고 그름’을 뜻하는 이런 시비가 ‘시비(是非)를 걸다’와 같은 부정적인 말로 쓰여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말다툼’, 혹은 ‘시시비비’나 ‘왈가왈부’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맹자가 말한 “시비지심(是非之心)은 지지단(智之端)”이란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이 지혜의 실마리가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시비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말다툼이 될 때가 문제다.

말이 본래의 뜻이 아니라 상대방을 기만할 의도로 오용하는 경우도 있다. 박정희는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후 온갖 거짓말로 주권자들을 기만하다가 끝내는 ‘민주공화당’이라는 정당을 만들었다. 역사적으로 가장 비민주적이고 반공화적인 정권이 갖다 붙인 가증한 이름이다. 전두환이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만든 정당도 ‘민주정의당’이다. ‘12·12’로 권력을 도둑질한 자가 민주는 무엇이며 정의는 또 뭔가? 그런 핏줄을 이어서일까?

이들의 후예 한나라당이 나쁜 짓을 너무 많이 해 국민들의 신뢰를 잃자 그들이 평소 가장 싫어하던 빨강 색깔로 바꿔 옛날의 영광을 다시 누르려고 당명도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순진한 국민들은 그들의 정치쇼에 속아 넘어가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예상했던 대로 최순실 국정농단과 같은 비극을 만들어 냈다가 촛불혁명을 맞아 우두머리인 박근혜와 그 일당들은 감옥에 갔지만, 그들과 한통속이었던 정치인들은 뻔뻔스럽게도 ‘자유한국당’이니 ‘바른정당’이라는 간판을 달고 나타났다. 그들이 누리겠다는 자유란 어떤 자유이며 그들의 바른은 어떤 바름일까?

살다보면 젊은이들이 공공의 적이 되는 노인들을 자주 본다. 광우병 사태며 촛불집회와 같은 시위가 있으면 약국의 감초처럼 어김없이 등장하는 노인들이다. 이들을 보면 나잇값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나이가 들면 모든 신체적인 구조는 쇠퇴하지만, 정신은 멀쩡하다, 그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런 노인들은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게 있을 텐데, 어떻게 시비(是非)를 가리지 못할까?

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자왈, 오십유오이지우학)하고
三十而立(삼십이립)하고, 四十而不惑(사십이불혹)하고
五十而知天命(오십이지천명)하고, 六十而耳順(육십이이순)하고,
七十而從心所欲(칠십이종심소욕)하되 不踰矩(불유구)라.

공자가 말하기를, ‘나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志學), 30에 확고히 섰고(而立), 40에 의혹되지 않았고(不惑), 50에 천명을 알았고(知天命), 60에 귀가 순해졌고(耳順), 70에 마음이 하고 싶은 바를 따르더라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從心)’는 뜻이다. 공자 같은 성인들이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바세계를 살아가는 속인들이야 어떻게 성인군자처럼 살겠는가 만은 나이 들어 나잇값하고 산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1989년 전교조사태가 불거지면서 나는 당시 명덕학원이라는 사학에서 근무하다 학원비리를 지적하며 선생님들과 함께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하늘 같은 이사장이 만나자고 해 마주 앉았지만, 이사장의 뜻은 완고했고 우리는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이 학교에서 탈퇴각서 한 장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5명이 한꺼번에 학교에서 쫓겨났다. 전국에서 비슷한 사례들로 1,600여 명이 해직됐고 1994년 신규채용형식으로 복직하면서 5년간의 어떤 보상도 연금조차 불이익을 당하며 살고 있다.

무릎 꿇고 살면 편할 텐데, 나이가 들어 지역에서 과거를 울궈먹으며 대접받으며 살면 편할 텐데… 나도 그런 타산을 할 줄 모르는 바보는 아니다. 그런데 천성이 고약해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 상대방이 누군들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달 7월 20일, 교육청에서 학교자치조례 토론회 사회자가 8.15를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이라고 했다. 이번 방과후 학교 조례제정 때에도 다른 시동에는 법적근거도 없는 방과후 학교를 11년째 운영하고 있지만, 공교육이 정상화 되면 지자체가 맡든가 마을교육공동체로 풀어야 할 문제다. 그런데 교육감이 방과후 학교가 강사들을 만나 공교육이라고 했다는 이야기에 예의 그 못된 성격(?)이 발동했다.

조례가 공포된 지 2개월이 지났는데 전교조 세종지부와 세종시에 있는 시민단체들이 꿀 먹은 벙어리였다. 전교조 세종지부 소속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몇몇이 발을 동동 굴렀다. 내게 자문 요청이 왔다. 몇몇 선생님들이 전교조를 탈퇴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함께 문제를 풀어보자고 세종지부 지도부와 미주 앉았다. 물론 세종지부가 여러 가지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지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 못하는 것 같았고 싸울 의지도 없어 보였다.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일반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분석하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항의집회를 하고… 이게 시민단체의 대응방식이요, 통례다. 그런데 2개월이 지나도록 침묵하고 있는 시민단체가 답답해 몇몇 시민단체 대표에게 전화를 했다. 방과후 학교의 조례에 대해 설명하고 ‘폐기하는데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런데 돌아온 답은 억장이 무너지는 ‘존경하는 어른으로서…’ 였다. 어떤 단체 대표는 내 블로그의 글을 보고 교육감과의 유착 같은 느낌이 들어 불편하다며 사과하라고 했다.

방과후 학교 조례가 제정과정은 이렇다. 박영송의원이 세종시교육청과의 조례안 협의과정을 중심으로 2016년 3월 17일 초안작성 검토과정을 거쳐 2017년 4월 5일 교육청관계자와의 간담회, 5월 2일, 입법예고 6월 27일, 본회의를 통과해 세종시 교육감이 공포했다. 조례가 전국에서 처음 제정·공포됐다는 문제도 그렇지만 절차상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연히 거쳐야 할 여론 수렴과정이나 공청회조차 일방적으로 하고 통과시켰다. 문제의 심각성을 안 초등의 몇몇 선생님들만 박영송의원을 찾아 항의 하는 등 동분서주했다.

나이가 들어 지역 어른(?)으로 존경받고 침묵하고 살 것인가? 아니면 전교조를 비롯한 모든 시민단체의 공공의 적이 되어 미움 받고 살 것인가? 나는 지금까지 옳다고 생각한 길이었기에 해직과 구속 수배의 길을 마다하지 않고 걸어 왔다. 그 고난의 길이 역경이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방과후 학교를 폐지하자는 게 아니다. 잘못된 조례를 폐지하자는 말이다. 뒤늦게 전교조 세종지부가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함께해 참 다행스럽다. 방과후 조례효력발생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대책위원회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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