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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觀)이 사라졌어요!
김용택 | 2017-08-30 09:14:1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야단법석(惹端法席)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불교에서 유래한 말로 법당이 아닌 곳, 숲 속이나 넓은 광장 등에 임시로 단을 마련하여 야외법회를 연다는 뜻으로 ‘많은 사람이 한곳에 모여 서로 다투며 떠드는 시끄러운 판’이란 뜻이 되었다.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현상을 보면 야단법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충제 계란문제, 종교인과세문제며 입시개편문제… 등 가치관의 차이, 이해관계의 차이로 야단법석이다.

정치인들이 당리당략에, 경제인들은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이성을 잃고 있다. 종교인은 내세준비가 아니라 현세의 재미에 푹 빠져 있고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할 교육부가 초심을 잃은 입시정책에 애꿎은 학부모와 학생들만 애를 태우고 있다. 언론은 권력의 대변자 노릇을 부끄러워할 때도 됐건만 천방지축이다. 정의를 세워야 할 법조인들은 주권자보다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들의 불신을 당한 지 오래다.

세상에는 같은 현상을 보고도 전혀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태의 심각성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도 있다. 원칙이나 기준이 없어 시비를 가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상이란 보는 이의 시력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현상이 아닌 판단을 요하는 문제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 농업사회에는 이해관계가 다른 현상이 별로 없어 사회적 갈등문제가 별로 나타나지 않지만, 산업사회, 정보화사회에 이르면 상황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휴대폰 뚜껑을 열어보자. 어떤 칩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다. 이와 같이 복잡한 사회일수록 이해관계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해관계는 내게 이익이 되면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하는 경우가 그렇고, 인권이나 성평등문제와 같이 가치관에 따라 판단에 달라지는 경우가 그렇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런 순진한 사람들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본인은 피해를 보는 것으로 끝날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들로 인해 본의 아니게 이웃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지도자를 잘못 선택해 피해는 보는 경우를 우리는 박근혜 탄핵과정에서 경험했다. 시력이 나쁘면 안경을 맞추거나 수술로 좋아질 수 있지만 판단을 요하는 문제, 가치관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좋을까?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본다(觀)는 것은 분별력이요, 판단 기준이다. 야단법석이 된 세상서 시비를 가릴 줄 아는 분별력이 없다면 세상은 그야말로 야단법석이 된다. 산다는 것(人生觀)은 무엇인가? 정치(政治觀)란 무엇인가, 경제(經濟觀란), 역사(史觀)란, 종교(宗敎觀)란… 무엇인지를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진다는 세계관이 그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학교가, 언론이 사실(객관적 진실)을 볼 수 있도록 가르치고 안내하고 있는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법 교육을 고등학교 교육에 의무화 하겠다”고 밝혀 노동계가 환호하고 있다. 노동자로 살아갈 학생들에게 자본의 시각을 길들이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그런 교육을 받은 학생이 노동자가 되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사법부는 법의 이념인 정의와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은 실현시키고 있는가? 언론은 진실을 감추고, 덮고, 3S로 종교로 이데올로기가 되어 무법천지로 만들어 놓았다. 이런 현상을 두고 야단법석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좋은 게 좋다’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사는 운명이라며 모르는 게 약이라는 사람도 있다. 잠깐 있다 떠날 세상인데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하며 살자는 사람도 있다. 돈에 헷갈리고 권력에, 유행에, 외모에, 학벌에… 마취되어 신의 뜻에 따라 사는 게 최선이라며 체념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모르고 사는 게 약일까? 운명론이나 결정론적 세계관에 마취되어 살면 누가 좋은가? 관(觀)이 실종되고 있다. 내가 누군지(自我觀) 왜 사는지(人生觀) 행복이 무엇인지(幸福觀), 정치가 무엇인지(政治觀) 종교가 무엇인지(宗敎觀)… 모르고 살아도 좋을까? 방향감각을 잃고 좋은 게 좋다며 적당히 살아도 좋은가?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이다. 행복도 불행도 나의 몫이다. 내가 아프면 대신 아파 줄 사람도 대신 불행해 줄 사람도 없다. 나의 생각. 가치관이 나를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만든다. 아니 이웃까지 불행하게 만든다. 산업사회, 정보화사회를 거쳐 4차산업사회를 살고 있는데 판단의 기준, 원칙, 철학이 없이 산다는 것은 비극이다. 민주의식 없이 민주주의를 사는 사람들, 노동자의식 없이, 정치의식 없이, 역사의식 없이 알파고시대를 살면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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