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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70주년 제주기행 2, ‘북촌 너분숭이 애기무덤’ 이야기
임두만 | 2018-04-12 10:47:0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제주의 다른 해수욕장도 마찬가지지만 함덕 해수욕장은 유난히 더 바다가 파랗게 보인다. 백사장 길이 900m, 너비 120m로 제주의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백사장도 넒은 편에 속한다. 거기다 평균 수심이 1.2m, 경사도는 5도로 수심이 아주 얕고 완만하여 한참을 들어가도 바닷물이 허리춤까지 밖에 안 되어 아이들과 함께 해수욕을 하기에도 적합하다.

때문에 ‘하얗게 눈부신 모래밭과 맑은 에메랄드빛 바다’라는 수식어를 붙여 이 해수욕장을 광고한다. 특히 바다가 얕아지면서 형성된 하얀 패사층은 마치 산호 바다와 같이 맑은 바닷물을 더욱더 빛나게 만든 때문에 인근에는 큰 호텔도 여러 개가 있고 유명한 콘도도 있으며 고만고만한 팬션들이 많다.

▲서우봉을 오르는 올래길 옆으로 유채꼿이 노랗게 피었다. © 임두만

함덕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이런 바다와 백사장만 있어서가 아니다. 이 백사장을 내려다보는 서우봉, 제주 북쪽 바다를 향해 혹처럼 툭 튀어나온 서우봉의 오름도 전망이 좋다. 사람들은 그래서 함덕을 찾으며, 함덕은 해수욕장으로도 올레길로도 손색이 없어 ‘함덕 국민관광지’란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좋은 경치를 갖고 있는 이곳 함덕 인근 북촌리가 제주 4.3사건 당시 500명 가까운 양민이 학살을 당했던 가슴 아픈 학살의 현장인 것은 잘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애써 잊으려 한다. 하지만, 이념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북촌리 너분숭이는 69년이 지난 지금도 말한다.

▲유적지 입구에 있는 조감도 © 임두만

함덕리 바닷가 끝에 이르면 ‘서우봉 산책로 입구’란 팻말을 만난다. 산책로를 따라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힘들면 오름 중턱의 정자에 앉아 함덕 해안의 아름다운 바다를 실컷 눈에 담을 수 있다. 그렇게 서우봉 정상에 오른 뒤 내려서면 나타나는 마을이 북촌리다, 북촌리… 그곳…

그곳엔 ‘너븐숭이 4·3 기념관’이 있다. 울다가 지쳐죽은 애기무덤도 있다. 제주의 유명관광지가 알고 보면 다 제주 4·3사건의 비극이 발생한 동네이지만 이 북촌리 마을에서 벌어진 주민학살은 상상을 불허한다. 4.3 비극의 가장 아픈 현장 ‘너븐숭이’. 너븐숭이는 ‘넓은 돌밭’이라는 뜻의 제주도말이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세운 유적지 입간판 © 임두만

아직 눈도 떠보지 못한 아기들일까
제대로 묻어주지도 못한
어머니의 한도 함께 묻힌 애기 돌무덤
사람이 죽으면
흙 속에 묻히는 줄로만 알았던 우리 눈이
너무 낯선 돌무덤 앞에
목이 메인다
목이 메인다

너븐숭이 애기무덤 앞 비석에 있는 글의 일부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이미 현기영의 중편소설 ‘순이삼촌’을 통해 접했다. 군인들이 동네 사람들을 학교로 모았다. 군인가족 경찰가족 청년단가족 등 자신들이 정한 ‘우익’들을 추려내고 남은 이들을 어떻게 죽였는지 현기영은 소설에서 처절하게 재현했다. 화자인 ‘나’를 통하여…

▲이 돌미석이 그 서러운 원혼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 임두만

“사람들이 서편 울타리에 붙어 나올 생각을 하지 않자 군인들은 긴 장대 두 개를 들고 나왔다. 그건 교무실 앞 추녀 끝에 매달아두었던 것으로 학교 운동회 때마다 비둘기들을 넣은 대바구니 두 개를 맞붙여 얇은 종이를 발라 만든 큰 공을 높이 매달아 놓은 데 사용되던 거였다.”(중략) “장대 두 개는 이제 한쪽에 몰려 있는 사람을 울타리에서 떼어내서 내모는 구실을 했다. 장대 양끝에 군인 한 사람씩 붙어서 군중 속으로 끌고 들어가 장대로 오십 명쯤을 뚝 떼어내어 교문 밖으로 내몰아가는 것이었다.”

몰살을 당하지 않으려고 피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몰아냈는지, 그리고 죽지 않으려고 달려드는 사람들에게 그들은 어찌했는지 현기영은 이렇게 묘사했다.

“장대 두 개가 서로 번갈아가며 사람들을 몰아갔다. 장대가 머리 위로 떨어질 때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지고 장대에 걸린 사람들은 빠져나오려고 허우적거렸다. 장대 뒤에서 빠져나오려는 사람들에게 몽둥이를 휘두르고 공포를 쏘아대자 사람들은 장대에 떠밀려 주춤주춤 교문 밖으로 걸어나갔다”(중략) “군인들이 이렇게 돼지 몰듯 사람들을 몰고 우리 시야 밖으로 사라지고 나면 얼마없어 일제사격 총소리가 콩볶듯이 일어나곤 했다. 통곡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중략) “우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었다. 마을에서 외양간에 매인 채 불에 타죽는 소 울음소리와 말 울음소리도 처절하게 들려왔다. 중낮부터 시작된 이런 아수라장은 저물녘까지 지긋지긋하게 계속되었다.”

▲기념관 안에는 느갈 희생당한 이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비도 있다. © 임두만

그날은 1949년 1월17일이었다. 음력으로는 1948년 12월 18일.

현기영은 소설에서 섣달 열여드렛날로 기록하고 있다. 그날 그 마을에서 대한민국 군인과 대동청년단으로 이름이 바뀐 ‘서청(서북청년단)’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람은 1994년 4.3 희생자 2차 조사에서 479명이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제주4.3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에 신고된 북촌리 희생자수는 총 462명이고, 북촌리 위령비에는 443위의 희생자 명단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이 숫자는 계속 유동적이다.

그런데 그날 그렇게 죽은 사람들은 그날 살아남은 사람들에 의해 다른 곳에 옮겨져 따로따로 안장되었으나, 어린아이들의 시신은 임시매장한 상태 그대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돌무덤으로 남은 애기무덤들을 보노라면 가슴이 먹먹하다 © 임두만

현재 20여 기의 무덤이 남아있는데 적어도 8기 이상은 북촌대학살 때 희생된 어린아이의 무덤이라고 한다. 때문에 이곳을 ‘너분숭이 애기무덤’이라고 부른다. 이 애기무덤을 보는 순간은 누구라도 가슴이 먹먹해 할말을 잃고 만다. 그래서 ‘순이삼촌’은 그렇게 자기 밭에서 죽은 시신으로 발견되었을 것이다.

시신들이 암매장되어 썩어 거름이 된 탓에 고구마가 유달리 컷으나 그 밭 고구마라면 사람들이 먹지 않았다고 소설가 현기영이 기록한 ‘너분숭이’의 비극… 2018년 4월에도 그 무덤들에는 여전히 파란 풀들이 싹을 내고 봄이 왔음을 말했다. 2018년 4월의 하루는 맑고 화창했으며 바다는 잉크 빛으로 출렁였다.

▲잉크 빛 바다와 파란 하늘은 정확히 69년 전 비극을 떠올리지 못하도록 아름다웠다. © 임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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