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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꿀 수 있는 100권의 책 44
히틀러를 존경한다고? 논리는 ‘이성의 최소한’이다
김갑수 | 2018-01-14 08:28:0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히틀러를 존경한다고? 논리는 ‘이성의 최소한’이다

“선생님, 000란 놈 있지요? 그 놈이 히틀러를 존경한대요. 못된 놈 같으니라고...”

내가 오래 전 학원가에서 논술 강의를 할 때의 일이다. 젊은 신임 강사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서 강의실을 나오더니 나에게 와서 말했다. 아마 강의 중에 역사상 존경하는 인물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대답했다.

“윤리 선생이 아니라 논술 선생이라면 히틀러를 존경한다고 해서 화를 내기보다는 왜 히틀러를 존경하는지 논거를 대지 못한 점을 지적해야 하겠지요.”

사람들이 공동체의 특정 사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주장들이 경쟁하면서 더 우월한 주장을 도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한 주장들이 계속 주장으로만 소리를 높일 뿐 공론으로 집약되지 않는다면 이것은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제자백가 중 하나인 순자(荀子)는 너무도 지당한 하나의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한 가지 주장을 가지려면 반드시 그것을 뒷받침하는 논거가 있어야 하고 사안에 관해 주장하려면 반드시 이치를 갖추어야 한다(持之有故 言之成理, 지지유고 언지성리).”라고 말했다.

근거 없는 주장은 푸념이거나 선동 또는 소모적인 비난에 불과하다. 이는 마치 술자리에서 술 취한 사람이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나는 함량미달의 논객들에게 넌덜머리를 낸 순자를 십분 이해한다.

순자가 말한 대로 어떠한 주장이 논거와 이치를 갖추고 있다면, 그 주장이 누구의 것인지를 따질 것이 아니라 주장 자체에 주목하는 것이 옳다. 누구의 주장인지에만 관심을 두는 것은 기실 나와 같은 편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 이렇게 될 때 우리는 이른바 ‘진영논리’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문장이 정확하고 표현이 적절한데도 설득력이 없어 공감하기 어려운 글이 있는가 하면, 특출 난 문장이나 뛰어난 표현기교가 없는데도 공감이 잘 되는 글이 있다. 표현이 능숙한데도 공감이 잘 안 되는 글은 적절한 논증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며, 표현이 미숙하더라도 설득력과 호소력을 가지는 글은 논증이 잘 이루어졌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남을 이해시키거나 설득하여 공감을 얻으려면, 적절한 논증을 구사하는 말과 글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정당한 추론, 연역과 귀납]

적절한 논증에는 반드시 정당한 추론이 있어야 한다. 추론이란 ‘결론짓는 법’이다. 단 이 경우의 ‘결론’은 한 편의 완성된 글에서 서론, 본론, 다음의 결론과는 다른 개념이다. 논증에서 결론이란 ‘근거로부터 도출되는 주장’이거나 ‘전제로부터 얻어지는 마지막 명제’를 뜻한다.

이보다 앞서 근거와 명제와 전제는 또 무엇인지 각각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근거 : 어떤 주장의 바탕이 되는 예나 이유를 말한다.
• 명제 : 어떤 문제에 대한 하나의 판단이나 주장을 문장화한 것으로 결론의 참과 거짓을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다. 예) 사람은 동물이다. 동물은 모두 죽는다.
• 전제 : 추론을 할 때 결론의 기초가 되는 판단, 즉 명제 중에서 결론 앞에 제시하는 명제를 전제라고 한다. 삼단논법은 대전제, 소전제, 결론으로 이루어진다.

‘추론’이란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확실한 주장을 도출해 내거나 이성적인 전제로부터 합리적인 결론을 얻어내는 과정이다. 그런데 근거로부터 주장을 도출하고 전제로부터 결론으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필연성의 원칙’이 적용된다. 필연성이 부족하거나 예외가 허용될 수 있는 추론은 오류가 개재된 부당한 추론이다.

추론에는 ‘연역추론’과 ‘귀납추론’이 있다. 연역추론은 추론의 정통 형식으로 결론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근거가 되는 다른 명제를 먼저 제시하는 방식인데, 이때 근거가 되는 사전 명제를 ‘전제’라고 한다. 즉 전제란 ‘앞에 두는 명제’를 뜻한다. 여기에서 전제가 참인 것이 밝혀지면 결론 역시 참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전제들의 참이 결론의 참을 보장하는 논증이 연역추론이다. 연역추론은 짧은 글에서 명확한 논증을 하는 데 필수적이다. 연역추론에는 전제가 하나인 이단논법(전제 → 결론), 전제가 둘인 삼단논법(대전제 → 소전제 → 결론)이 있다.

이와 달리 귀납추론은 실험, 관찰, 조사, 예시, 유비추리 등의 방식으로 결론을 낸다. 이 경우 실험, 관찰, 조사 등에 사용된 자료의 질과 양에 따라 추론의 정당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 요컨대 근거가 되는 자료가 질적이나 양적으로 정확하고 풍부할수록 결론은 참에 가까워진다.

귀납추론은 근거의 참이 그 자체로서 결론의 참을 완전히 보장해 줄 수는 없다. 결론이 참인 것을 확증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실험이나 관찰, 조사를 통해 근거로부터 도출한 결론이 예외 없이 필연적으로 100% 적용된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 따라서 실험이나 관찰, 조사의 횟수가 많을수록 결론이 보다 명확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반복되는 근거 보강을 통해 새로운 결론을 얻는 방식이 귀납추론이다. 귀납추론은 원래 정통 추론 방식은 아니었으나 근대에 들어 과학이 발달하면서 실험이나 관찰, 조사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유력한 추론 방식 중 하나로서 경우에 따라 연역추론 이상으로 중요하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제 예문을 통해 연역추론과 귀납추론을 구체적으로 논의해 보자. 논의 과정에서 정당한 추론과 그렇지 못한 추론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모든 현자는 산의 돌멩이 하나에서 우주를 읽는다.
장자는 현자였다.
그러므로 장자는 산의 돌멩이 하나에서 우주를 읽었다.

대전제와 소전제 그리고 결론으로 이루어진 연역추론이다. 앞의 두 전제가 참이면 뒤의 결론 역시 저절로 참이 된다. 이 연역추론은 정당한 논증이다. 만약 결론에다 장자 대신 맹자나 주자를 말했거나, 전제에다 산의 돌멩이 대신 정원의 나무나 하늘의 구름을 넣었다면 이 추론은 부당한 논증이 된다. 이 추론이 정당한 것은 대전제와 소전제를 일관되게 종합했기 때문이다.

이와 다른 추론을 보자.

옥경이는 나를 보면 미소를 짓는다.
그러므로 옥경이는 나를 좋아한다.

이것은 이단논법 귀납추론이다. 이 경우 ‘옥경이는 나를 좋아한다.’라는 결론의 근거가 되는 ‘나에 대한 옥경이의 미소’는 옥경이의 행동을 관찰한 후에 알게 된 사실이다. 그러나 이 논증은 부당하다. 옥경이가 나에게 미소를 지었다고 해서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판단은 성급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성에 대한 미소가 안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소 하나로 나를 좋아한다고 결정지어 버리는 것은 경솔하다. 다시 말해 이 논증은 관찰의 자료가 부족하다.

이처럼 귀납추론은 실험이나 관찰, 조사 등으로 작성한 자료가 부실할 경우 결론의 참을 보장할 수가 없다. 이 논증이 정당해지려면 더욱 많은 관찰 자료를 보강해서 제시해야 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귀납추론은 짧은 글의 논증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당신은 귀납추론보다는 연역추론을 더 중시하여 숙지할 필요가 있다.

[논리적인 글을 쓰기가 가장 쉽다]

적절한 논증의 글이 되려면 전제와 결론, 근거와 주장의 관계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사실 이것은 글의 요건 중 가장 쉽다. 비교적 단순하고 명확한 ‘추론과 논리적 오류’를 익히면 되기 때문이다. 추론이란 결론짓는 방법이고, 논리적 오류란 부당하거나 부실한 추론이다. 추론에는 연역과 귀납 두 가지가 있고, 논리적 오류는 최다로 잡으면 약 50가지가 있다. 이것은 하루 이틀 집중 공부로 해낼 수 있다.

이런 공부를 하는 데 긴요한 도움을 주는 책으로 《논리와 비판적 사고》(김광수 저)를 추천한다. 논리적인 글은 여러 장르의 글 중에서 가장 쓰기가 쉬운 편에 속한다. 이 글에는 플롯이나 레토릭 등의 기교적인 장치가 거의 불필요하고, 정서를 환기하여 독자의 공감이나 감동을 일으켜야 할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논리적인 글을 쓰려면 몇 가지 논증의 요소들을 따로 공부해 두어야 한다. 추론과 오류는 논증의 요소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하다. 또한 논증하는 글은 설명하는 글에 비해 구성, 즉 논리적 전개가 필요하다. 이것은 논제의 제시, 상대 주장의 검증과 반론, 자기주장의 근거 제시, 최종적 결론이나 주장 제기 등으로 구체화된다.

논리적 오류는 부당한 추론을 말한다. 그런데 부당한 추론이라고 해서 다 오류는 아니다. 한없이 많은 부당한 추론 중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을 유형 별로 일반화하여 따로 논리적 오류라고 규정한 것이다. 논리적 오류는 부당하면서도 그 부당성을 교묘히 위장하는 추론이다. 그러므로 얼핏 보아 그럴듯해서 만만치 않은 호소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당신은 언제라도 스스로 오류를 범하거나 타인의 오류에 넘어갈 수가 있다. 논리적 오류를 구사하는 것은 상대를 기만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논리적 오류인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논리적 오류에 넘어가는 것도 무지 때문이다. 요컨대 논리적 오류를 발생시키는 요인은 두 가지, ‘기만’ 아니면 ‘무지’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오류를 방지할 수 있을까?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 그러나 논리학에서 오류로 파악하여 명칭을 붙여 놓은 유형들을 익혀 놓으면 거의 해결된다. 지금까지 규정된 오류는 거의 50개에 이른다. 이것을 명칭과 함께 해당 예문을 숙지하면 해결된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논리적 오류는 지식이나 지혜 그리고 윤리나 도덕 등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논리적 오류를 범했다고 해서 지혜가 없거나 비윤리적인 사람은 아니다. 논리는 이성의 최소한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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