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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꿀 수 있는 100권의 책 37
김갑수 | 2017-12-28 12:54:4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중국 역사상 최고의 변법개혁가 상앙 (1)

치국의 도는 크게 보아 왕도와 패도로 대별된다. 왕도가 도덕정치라면 패도는 사법정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왕도가 아무리 도덕정치라고 하더라도 법 없이는 나라를 다스릴 수가 없다. 그래서 왕도와 패도에 법의 개념을 적용하자면 왕도는 자연법, 패도는 실정법을 중시하는 정치라고 할 수 있다.

패도를 추구하는 법가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관중을 필두로 자산, 오기, 상앙, 신불해, 한비자 등이 있는데 이 글에서는 주로 상앙을 논의하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상앙보다 한비자를 더 중시하는데 최근 중국에서는 상앙을 법가의 최고 자리에 놓기 시작했다. 이는 한비자의 사상이 주로 신하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치리불치민(治吏不治民)에 있는 데 비해 상상은 통치의 요체를 곧장 백성을 통치하는 치민(治民)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중국에서는 상앙의 책, 즉 《상군서, 商君書》 주역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것은 G2에서 G1으로 올라서려는 중국의 야심을 반영한다.

상앙은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통틀어 가장 시대적 역할이 컸던 인물이다. 게다가 그의 삶은 파란만장하기 그지없다. 상앙은 기원 전 4세기 전국시대 후기 진나라의 재상이었다. 전국시대 후기는 전쟁의 시대였다. 봉국들이 잇따라 독립왕국을 선포하고 나섰고 이에 따라 각 봉국의 국군들은 너나할 것 없이 국왕으로 칭호를 바꾸었다.

진(秦)나라의 천하통일은 중국 역사상 최초의 기적 같은 일이었다. 산동성 태항산맥 서쪽 변방의 소국이 최초의 천하통일을 달성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런데 진시황의 천하통일은 상앙의 변법개혁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상앙의 변법개혁은 소국 진나라를 일약 전국시대의 최강국으로 부상시켰다. 각국의 군주들은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상앙의 변법을 받아들여 진나라처럼 부국강병을 꾀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내부개혁보다는 외교정책에 치중했다. 일부 국가들은 연합하여 진나라에 대항하기도 했다. 개중에는 진나라와 화해하여 위기를 피해 가려는 나라도 있었다.

전국시대 후기를 변법의 시대로 몰아넣은 상앙, 그는 중국 5000년 역사상 개혁의 최고 대명사가 된 인물로서 중국사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상앙이 실천한 변법의 의미는 단순한 법령의 개정이나 상층부의 개혁이 아닌, 국가와 백성 모두의 철저한 개변이자 사회구조 및 풍속의 개혁이었고, 심지어는 도덕적 가치관과 가정과 가족의 인생에 대한 일대 변혁이었다.

20년에 걸친 상앙의 변법개혁이 성공한 데에는 당시 진나라 군주 효공의 지속적인 신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시대 진효공과 상앙의 만남은 이전 춘추시대 제환공과 관중의 만남보다 더 극적이었고 위력적이었다.

진나라는 상앙의 계략으로 동편에 인접한 위나라를 축출하면서 전국시대 최강국으로 올라서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참고로 진나라보다 강국이었던 위나라의 혜왕은 산동성 동쪽 양(梁)으로 쫓겨나 양혜왕이 된다. 《맹자》 첫 장에 등장하는 양혜왕이 바로 이 사람이다.

이로 보아 상앙은 맹자와 동시대의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왕도정치의 거두 맹자와 패도정치의 거두 상앙이 같은 시대를 산 인물이라는 점이 퍽 흥미롭다. 당대의 승자는 상앙이지만 후대의 승자는 맹자가 된 점 역시 흥미롭다. 흥미로운 것은 이뿐이 아니다. 상앙은 원래 진나라 사람이 아니라 진나라의 숙적 위나라 사람이라는 점도 흥미롭지 않은가.

상앙의 변법 개혁은 악양에서 함양으로 천도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준법과 관작을 엄정히 하고, 5 –10가구 단위 연대책임제 실시했다. 그는 법령을 비판하는 자와 칭송하는 자를 모두 처벌했다. 전자는 위반자이고 후자는 아부자라는 논리였다. 그러자 법령에 왈가왈부하는 사람이 없어졌다. 그는 문자, 화폐, 도량형 등을 통일했으며 봉건제를 중앙집권제인 군현제로 바꿔나갔다. 상앙은 인구 증가를 위해 부모와 자식을 분가하도록 했으며 행정단위를 통폐합하고 개간과 증산에 박차를 가했다.

상앙은 중국 역사상 가장 혁혁한 변법개혁의 성취자였다. 동시에 그는 왕도정치에 반하는 일종의 정치 책략가였다. 그의 입신과 영달 그리고 배신과 몰락과 죽음의 과정이 어느 하나 흥미롭지 않은 것이 없다.


어리석은 자의 가장 큰 우환은 무엇일까 (2)

한때 전국시대 강자였던 위나라는 날로 국세가 위축되고 있었다. 재상 공숙좌는 옛날의 예기를 잃은 데다 병이 나 자리에 누워 있었다. 위혜왕이 문병을 가서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그대가 혹시 일어나지 못한다면 장차 누구에게 국사를 맡겨야 하겠는지요?”
“저의 중서자 공손앙이 있는데 나이는 어리지만 천하의 기재입니다. 원컨대 군왕은 공손앙에게 국사를 맡기십시오.”

중서자는 대부의 집사를 말하고 공손앙은 상앙의 원래 이름이다. (‘상앙’이라는 이름은 훗날 대공을 이루어 상어 땅을 하사 받은 데서 붙인 것이다.) 위혜왕은 조금 이상하게 여겼다. 상앙이 그토록 천하의 인재라면 여태 자기에게 알려주지 않은 점이 미심쩍었다. 그래서 바로 대답을 하지 않자 공숙좌가 간하기를, “만약 상앙을 기용하지 않으시려면 반드시 그를 죽여 다른 나라로 가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위혜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기를, “공숙좌의 병이 심하다. 자기 집 집사에게 국사를 맡기라고 하고는 다시 그를 죽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늙고 병들어 맛이 갔나 보다. 슬픈 일이다.”

한편 공숙좌는 위혜왕이 상앙을 기용하지 않자 상앙을 불러 말하기를,

“내가 너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여 왕에게 너를 기용하라고 했다.”
“그런데요?”
“아, 그리고 기용하지 않을 바에야 너를 죽이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아무 소식이 없으니 아마 너를 죽이러 올지 모른다. 그러니 너는 속히 이 나라를 떠나라.”

이번에는 상앙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왕에게 나를 죽이라고 해 놓고 나에게는 도망치라고 하는 건 뭥미? 아무래도 이 늙은이가 병이 들어 맛이 갔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하하. 저는 떠나지 않을 겁니다.”
“뭐라고? 죽겠다는 거냐?”
“대부님, 왕이 나를 기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대부가 천거하는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는 것인데, 나를 죽일 리가 있겠습니까? 아마 왕은 나를 벌써 잊었을 겁니다.”

기가 막힌 형세 판단이 아닌가? 이처럼 상앙은 권력자의 심중을 꿰뚫어 보는 데 비상한 안목이 있었다. 이후 상앙은 하는 일 없이 지내다가 공숙좌가 죽고, 때마침 이웃 진나라 혜공이 ‘구현령’을 내려 인재를 널리 구한다는 말을 듣고 지원을 했다.

진나라 천하통일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사마광의 《자치통감》은 상앙과 진효공의 만남을 다음과 같이 기록해 놓았다.

“진나라는 진효공이 상앙을 맞이한 이후 날로 강해지는 반면 위나라는 날로 영토가 줄어들게 되었다. 이는 공숙좌가 어리석었다기보다는 위혜왕이 어리석었던 것이다. 어리석은 자의 가장 큰 우환은 정녕 어리석지 않은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여기는 데에 있다.”


마오의 선배, 상앙의 ‘사목입신론’과 중요 어록 (3)

마오가 1912년 호남성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쓴 최초의 논문은 〈상앙의 사목입신론(商鞅徙木入信論)〉이었다. 상앙은 한비자와 함께 법가의 거목으로 진나라 통일의 기반을 구축한 인물이다. 논문 제목 ‘상앙의 사목입신론’은 ‘상앙이 나무를 옮기도록 해서 신뢰를 얻은 것을 논함’이란 뜻이다. 이것은 유명한 고사성어 남문입목(南門立木)의 배경이 된 사건이다.

처음 진나라 좌서장으로 부임한 상앙은 제도를 개혁하는 법령을 만들었지만 백성들이 신뢰하여 새 법령을 지켜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중시했다. 그래서 그는 도성 남문에 석 장(丈) 높이의 나무를 세우게 하고는, “이 나무를 성 북문으로 메고 가는 자에게는 금 10냥을 상으로 준다.”는 방을 붙였다.

남문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아무도 선뜻 나무를 메고 가려 하지 않았다. 백성들이 나라의 영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앙은 상금을 금 50냥으로 올렸다. 그러나 상금이 오르자 사람들의 의심은 더욱 커졌고 역시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이때 한 사람이 나섰다. 아무 할 일도 없는 이 사람은 속는 셈치고 재미 삼아 나무를 뽑아 어깨에 메고 북쪽 성문까지 옮겨갔다. 그러자 상앙은 즉시 그 사람에게 금 50냥을 주었다. 상앙은 이 이야기를 온 나라에 알려지도록 했다. 백성들은 상앙이야말로 한 번 말하면 그대로 하는 사람이라고 믿게 되었다. 이런 방법으로 백성의 믿음을 얻게 된 상앙은 새로 만든 법령을 전국에 공포, 시행했다.

이처럼 상앙은 변법을 시행하기 전에 백성의 신뢰를 확고히 다져 놓는 일부터 했다. 마오의 첫 논문이 상앙의 남목입문을 다뤘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서구 열강과 장제스의 국민당군 그리고 군벌들에게 끊임없이 착취와 무시를 당하던 중국 인민들은 마오의 홍군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장제스는 입만 열면 덕치의 인의를 말했지만 마오는 법가의 법치를 실전에 적용했다.

다음은 상앙의 어록을 《상군서》에서 골라 뽑은 것이다.

- 지고한 덕을 논하는 자는 세속과 타협하지 않고 큰 공을 세우는 자는 많은 사람과 상의하지 않는다.

- 지혜로운 자는 법을 만들고 어리석은 자는 법에 구속된다. 현명한 자는 예를 고치고 불초한 자는 예에 구속된다. 법에 제압되는 사람과 변법을 논할 수 없다.

- 적장자를 제외한 세속 자제들의 요역에 관한 법령을 일반 백성과 동등하게 제정해 반포한다.

- 무릇 군주가 백성을 격려하는 수단은 관작이고 나라가 흥성하는 길은 농사를 지으며 싸우는 농전(農戰)이다. 간교한 언변인 교언과 유가 학설처럼 공허한 도리인 허도에 의존하면 안 된다.

- 무릇 나라가 위태롭고 군주가 근심하는 것은 강적과 대국 때문이다.

- 나라가 유가의 덕치를 베풀면 반드시 간사한 자들이 많아진다. 백성을 법령에 굴복하도록 만든 조치로 억센 백성을 사라지게 만드는 나라는 강해진다.

- 유생은 학문으로 나라를 어지럽히고 협객은 사적인 무력으로 군주의 금령을 어긴다. 그런데도 지금의 군주는 이들을 모두 예우하고 있다. 나라가 혼란스러운 이유다.

- 관직을 해치는 것은 소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약지(弱志), 복지부동의 자세로 일을 처리해 나가는 관행이 그것이다.

- 나라에 군주를 원망하는 사람이 없으면 강국이다.

- 백성이 용감하면 그들이 바라는 작록으로 그 용기를 포상하고 백성이 겁을 내면 그들이 꺼리는 형벌로 그것을 제거한다. 겁 많은 백성은 형벌을 사용해 부리면 용감해지고 용감한 백성을 상을 이용해 부리면 목숨을 바친다.

- 무릇 인자(仁者)는 남을 아끼고 이롭게 하는 것을 본분으로 여기고 현자(賢者)는 남을 도와 나아가게 하는 것을 도리로 여긴다.

- 성인은 옛것을 모범으로 삼지 않고 오늘의 것을 고수하지 않는다. 옛것을 모범으로 삼으면 시대에 뒤떨어지고 오늘의 것을 고수하면 면면히 흘러가는 시대의 추세와 단절된다.

- 명군은 비열한 행위를 방임하지 않고 혼란을 조장하지 않는다.

- 영토를 보유한 자는 스스로 가난하다고 말해서는 안 되고 백성을 거느린 자는 스스로 약하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 흩어져 달아나는 적이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면 그들을 놓아주고 더 이상 추격하지 않는다. 큰 전투에서 승리하면 패주하는 적을 10리 이상 뒤쫓지 않고 작은 전투에서 승리하면 5리 이상 뒤쫓지 않는다.

- 천하를 호령하는 왕자의 병사는 승리했을 때 교만하지 않고 패했을 때 원망하지 않는다. 전쟁에 승리해도 교만하지 않는 것은 전술에 밝기 때문이고 전쟁에 패해도 원망하지 않는 것은 실패한 이유를 알기 때문이다.

- 사방으로 적을 마주하고 싸우는 나라는 방어에 힘써야 한다.

- 공과 사의 구분이 명확해야 소인배들이 현자를 질투하지 못하고 미련한 자가 전공을 세운 자를 질투하지 못한다.

- 이른바 형벌의 통일은 형별을 시행할 때 신분의 차이를 두지 않는 것이다.

- 성인이 나라를 다스릴 때는 오직 포상, 형벌, 교화 등 3가지 사안의 통일을 살필 따름이다.

- 전쟁에서 이기지 않고 천하의 왕자 노릇을 하거나 전쟁에서 패하고도 망자의 신세가 되지 않는 경우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존재한 적이 없다.

- 나라를 잘 다스리는 자는 악한 자를 처벌할 뿐 선한 자를 포상하지 않는다.

- 명군은 신하들에게 부귀를 약속하지 않는다.

- 백성이 행하는 대외적인 일로 전쟁보다 어려운 것은 없다.

- 보위에 앉아 있어도 군주의 명이 집행되지 않으면 위험하고 5관이 업무를 분장할지라도 법제가 없으면 혼란스러워지고 법제가 설치돼 있어도 사적인 선행이 앞서면 백성은 형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 신의가 없으면 백성을 부릴 수 없고 백성을 부릴 수 없으면 나라를 지킬 수 없다. 그래서 옛 왕자는 천하를 속이지 않았고 패자는 이웃 제후국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나라를 잘 다스리는 자는 백성을 속이지 않고 한 집안을 잘 다스리는 자는 친속을 속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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