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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사고가 또다시 인천공항 ‘셔틀트레인’에서도 벌어졌다.
단순한 실수가 아닌 원청-하청이라는 구조적 모순에서 발생한 사고
임병도 | 2017-06-14 08:31:1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2016년 5월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외주업체 김모군이 전동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김모군의 죽음에 많은 시민들이 안타까워했고, 서울시는 ‘안전’을 우선으로 메피아 등을 근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모군의 죽음이 일 년도 되기 전에 인천공항 ‘셔틀트레인’에서 또다시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5월 20일 새벽 1시 30분경 인천공항 터미널과 탑승동 사이를 오가는 셔틀트레인의 탑승동 변전실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작업 중인 노동자 3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중화상자 1명, 경화상자 1명, 연기흡입자 1명)

이번에 발생한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사고는 구의역 사망사고와 너무나 유사합니다. 두 사건의 유사성과 함께 문제점이 무엇인지 조사했습니다.

○구의역 사고: 2인 1조 작업 대신 혼자서 작업할 수밖에 없었던 열악한 노동 환경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사고: 업무량은 2배로 늘었지만, 오히려 작업자는 줄어든 상황

사고가 발생하면 매번 ‘노동자 부주의’ 내지는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서’라는 발표가 나옵니다. 구의역 사고 당시에도 2인 1조 작업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는 ‘책임 전가’ 발표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매뉴얼을 따라 작업을 했다면 ‘고장 접수 1시간 이내 도착’ 이라는 계약 조항을 어겨 문책을 당할 상황이었습니다.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변전소 사고 당시 작업자들은 제2여객터미널 관련 업무가 증가해, 업무량이 2배로 늘어난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5명 근무에서 최근 1명이 퇴사하여 4명이 작업을 했고, 관제실 업무로 1명이 다시 빠져 3명이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원래는 22시 40분부터 작업을 할 수 있었지만, 최근 1년 동안에는 제2여객터미널 작업, 시운전 등으로 작업투입시간이 새벽 01시로 변경됐습니다.

숙련된 노동자는 줄어들고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아졌지만, 작업은 더 빠르게 이루어져야 했습니다. 야간 휴식도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는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구의역 사고: 열차가 들어오는 위험 속에서 승강장 작업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사고: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변전실 작업

▲부산지하철 정규직 작업 현장에서는 전기 작업은 무조건 단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작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의 하청인 부산교통공사 소속 계약직 노동자들은 활선 상태에서 작업을 수행했다. ⓒ부산지하철노조

구의역 사고에서 김모군은 혼자서 작업을 하면 열차가 들어와도 비상시 구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빠르게 작업을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승강장에 열차가 들어오는 위험 속에서 작업을 강행했습니다.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변전실 폭발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활선'(전기가 공급되고 있는 상태) 상태에서 작업했기 때문입니다. 전기가 흐르지 않는 ‘단전'(정전) 상태에서 작업 해야 했지만, 작업자들은 그럴 수 없었습니다.

부산지하철에서 정규직 작업자들은 ‘단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아예 작업을 진행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하청 업체인 부산교통공사 소속 계약직 작업자들은 ‘활선’ 상태에서 작업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단전’상태의 작업을 인천공항공사가 승인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입니다.

구의역 사망사고나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변전실 폭발 사고 모두 안전을 무시하고, 노동자를 위험 속에서 작업을 시켜 벌어진 셈입니다.

○구의역 사고: 안전을 외주 용역에 맡기다.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사고: 안전을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떠넘기다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김모군은 외주업체 직원이었습니다. 안전을 위해 설치한 스크린도어 시스템은 설치 때부터 고장이 빈번하게 일어나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전을 외주 용역으로 넘기면서 더 위험에 빠졌습니다.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운영과 유지보수 용역은 부산교통공사가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체 직원 62명 가운데 부산교통공사 정규직 관리자는 2명이고, 나머지 60명은 부산교통공사에서 채용한 기간제 비정규직입니다.

사고가 발생한 탑승동 변전실의 전원을 차단하려면 인천공항공사의 허가가 있어야 합니다. 변전실의 전원 공급 및 차단을 수행하는 작업은 한전산업개발이라는 공항공사의 또 다른 하청업체가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청에 하청, 기간제 계약직 노동자가 작업하는 이 복잡한 구조 속에서 과연 안전이 제대로 담보됐을까요?

과도한 업무량과 불공정 계약조건, 그러나 경영 효율이라는 명분 속에서 하청과 계약직 노동자들의 안전은 언제나 무시됐습니다.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안전은 우선순위가 아니었습니다.

▲ 19세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가 스크린도어 수리작업 도중 사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현장. 많은 시민들이 김모군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요구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구의역 사고와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사고는 단순한 실수가 아닙니다. 원청-하청이라는 구조적 모순에서 발생한 사고입니다.

인천공항공사- 셔틀트레인 유지 보수 하청업체, 별도의 전기 분야 하청업체 등 복잡한 구조 속에서는 절대 빠르고 확실한 조치와 의사소통이 불가능합니다.

서울시는 구의역 사고 이후 안전 분야의 외주를 줄이고 있습니다. 외주업체의 비정규직을 직영화를 통해 정규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을 제외한 다른 곳은 여전히 안전 불감증에 빠져 있습니다.

인천공항 셔틀트레인의 위탁운영을 맡고 있는 부산교통공사는 부산지하철의 외주화, 인력 감축, 노후차량 방치 등을 통해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부산교통공사는 부산지하철의 외주화를 반대하는 부산지하철노조원 (노조 위원장 이의용) 40명을 중징계하고 (해고 7명, 강등 18명, 정직 처분 15명)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자사의 지하철조차 위험에 방치한 부산교통공사가 하청 받은 인천공항 ‘셔틀트레인’을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을까요?

돈을 이유로 안전을 외주화하는 구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은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 구의역,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그다음은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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