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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양정철의 <세상을 바꾸는 언어>
정운현 | 2018-02-06 11:18:3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책 집필을 잠시 멈추고 대신 새로 나온 책을 한 권 집었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양정철의 신간 <세상을 바꾸는 언어>.

불과 두 시간 만에 다 읽었다. 정치인이 쓴 책에 정치얘기가 없어서 좋았다. 신선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의도적으로라도 정치얘기는 하지 않으려고 한 듯 하다. 마지막 5장의 ‘다음 대통령 조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인사’ 두 건을 빼고는 정치 얘기는 전혀 없다. ‘언어’ 얘기로 포장된 정치 뒷담화 정도로 예상했다면 그건 철저한 오해다.

양정철 저 <세상을 바꾸는 언어>(메디치미디어)

처음에 이 책은 다소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지금 망명객처럼 떠돌고 있지만 권부의 핵심에서 활동했던 그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이건 그를 잘 몰라서 하는 얘기였다. 그야말로 글쟁이요, 말쟁이가 아니던가. 초등학생 때부터 신춘문예에 응모했고, 고교시절에는 문예반에서 활동했다. 대학 때는 학보사 편집장을 했고, <미디어오늘> 기자 6년에 기업체 홍보팀에서 보도자료 작성 등 ‘자본의 언어’를 다뤘다. 그리고 청와대에 들어가서는 홍보기획비서관으로 일했다.

이 책은 그간 우리가 무심결에 지나쳤던 일상의 말과 글의 부조리를 콕 집어서 헤집고 있다. 평등, 배려, 공존, 독립, 존중 등 다섯 가지 카테고리를 설정해 얘기를 전개하고 있다. 내 눈에 밟힌 단어들을 무작위로 나열해보자면, 잡상인, 미망인, 처녀작, 지방, 혼혈, 고성(큰 목소리), 학벌주의 언어, 래미안, 빨갱이, 수동태 문장, 박카스, 희귀병, 달빛고속도로, 장본인, 구호, 애국심 등등.

낯선 단어는 하나도 없는데 그의 얘기는 읽는 이를 부끄럽게 만든다. 이 사례들을 하나씩 톺아보면 그간 잘못 써왔고, 바로잡아야 할 말과 글이기 때문이다. 그는 일상 속에서 언어의 민주화를 이루는 것이 민주주의 완성 단계일 것이라고 했다. 이름하여 ‘언어 민주주의’.

내 경험으로 볼 때 이런 책은 단 기간에 써낼 물건이 아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4년간 틈틈이 메모한 것이라고 했다. 모 대학 문예창작과에서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숙제로 내줬던 것(판결문 쉽게 쓰기)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부지런함과 깊은 사유가 빚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집필에는 두 달 정도 걸렸단다. 글의 방향이 서고 생각이 정리되면 쓰는 건 별 문제가 아니다.

이 책은 글쟁이인 나로서도 탐이 난다. 곁에 두고 간간이 꺼내보고 싶은 책이다. 우리 말글을 가르치는 국어선생님, 일제잔재가 덕지덕지 붙은 왜색 행정용어를 쓰고 있는 공무원-특히 판사님들도 참고하면 좋을 책이다. 한국은 언어 민주화는 물론이요, 여태 ‘언어 독립’도 이뤄지지 않은 나라다. 맺음말 가운데 한 대목을 인용하면서 마친다. 키워드는 ‘공감’이다.

“지난 세월 나름 투쟁의 언어, 자본의 언어, 권력의 언어를 모두 경험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공감의 언어였다. 이제 나는 권력의 힘, 돈의 힘보다 언어의 힘이 강한 사회를 꿈꾼다. 우리 정치가 언어로 국민과 소통-공감하는 것 말고 다른 수단은 없다. 언어의 힘이야말로 민주주의 저력이다. 전제주의로 상징되는 권력의 힘, 신자유주의로 상징되는 돈의 힘으로 국민 마음을 얻는 시대는 끝났다. 다음 대선에서도 국민들은 소통을 기반으로 한 언어 능력과 공감 능력을 지도자의 중요한 기준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1&table=wh_jung&uid=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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