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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빨갱이지!”
강기석 | 2018-05-14 10:44:3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자한당 홍준표 대표가 “창원에는 빨갱이들이 많다”고 했다가 파문이 일자 “경상도에서는 반대만 하는 사람을 빨갱이라고 농담삼아 이야기한다”고 얼른 발뺌을 했다. 홍 대표는 자신의 장인을 ‘영감탱이’라고 했다가 말썽이 났을 때도 “경상도에서는 장인을 친근하게 부르는 속어로 ‘영감탱이’라고 한다”고 변명을 했다가 더 큰 욕을 먹었다. 홍 대표는 걸핏하면 경상도를 끌어 들이는데 설마 경상도가 아무나 반대만 하면 빨갱이라 부르고, 장인을 영감탱이라고 부르는 그런 상스러운 고장일까.

홍 대표가 ‘빨갱이’를 입에 달고 사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고 박완서 선생이 1977년에 발표한 ‘더위먹은 버스’라는 단편소설에 그 이유가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전반부 요약)
어느 시골길을 달리는 시외버스에 술에 잔뜩 취한 한 덩지 큰 사나이가 올라탔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돼지 멱따는 소리’로 고성방가를 하고는 옆자리에 앉은 아가씨에게 노래를 하라고 강요하며 희롱을 한다.
안하무인의 행패는 아주 오래 지속된다.
버스 안 승객들이 모두 웅성거리기는 해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데, 마침내 졸고 있던 한 승객이 깨어 그 주정뱅이를 끌어 내리라고 차장한테 요구한다.
마침 검문소라서 헌병이 버스에 올라오자 모두 적당한 조처가 취해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취한이 내미는 신분증을 본 헌병은 오히려 “더위에 짜증스러워도 즐거운 여행을 하시기 바란다”며 거수경례를 하고 내려간다.
그러자 취한이 벌떡 일어나 “야, 이 빨갱이놈의 새끼야. 나를 끌어내라고 한 놈은 빨갱이 아니면 공산당일 거야. 틀림없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xx당 xx군 위원장에다 권xx의 직속부하다. 이런 나를 끌어내리라고 한 놈이 빨갱이 밖에 더 있냐 말야. 이 악질 빨갱이들아“ 소리를 지른다.
이렇게 몰아부치는 그에게 아무도 대항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다.

승객들은 취한의 충격적인 발언에 분노에 앞서 겁부터 나는지 숨을 죽이고 딴전만 보고 있었다.
취한은 더욱 기세가 등등해져서 손가락으로 아무 가슴이나 지적하며 악을 썼다.
“너도 빨갱이지? 응 너도 빨갱이야. 너도 날 내쫓자고 했지?“
이상한 일이었다. 승객은 한결같이 취한의 좀전의 횡포는 접어둔 채 취한의 너도 빨갱이지? 하는 지적이 자기 가슴에 떨어질까 봐 그것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어 승객이 죄인이 되고 취한은 죄인을 응징하는 입장이 되어 있었다.
취한은 이 땅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치를 떨며 미워하는 빨갱이라는, 악 중에도 최악을 내세워, 자기가 저지른 악을 최소한으로 축소하고 마침내 무[죄]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 땅의 모든 악이란 악은 빨갱이라는 강렬한 최악만 만나면 – 그게 설사 가상이더라도 – 맥을 못 추고 위축되는 이 땅 특이한 풍토를 이 취한은 취중에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더 오래 전(40년대 후반~50년대 초반) 경상도에서는 “너 빨갱이지!” 한 마디가 곧 죽음을 뜻했다. 그런 곳에서 농담으로나마 아무나 보고 “너 빨갱이지!” 할 리가 없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0&table=gs_kang&uid=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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