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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합리적인 학자적 양심도 종북일까
[서평] 이재봉 교수의 ‘법정 증언’… 남북한 모두를 정면 비판한 책
김원식 | 2015-03-10 14:17:3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존경스러운 노교수’와 ‘쳐 죽여야 할 빨갱이’라는 전혀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저자의 이 책을 필자가 다 읽은 순간, 실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과연 과거에 이만큼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비판한 책이 있었으며, 더구나 북한 체제를 본질적으로 그리고 사실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한 책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책이 왜 '빨갱이 책'으로 둔갑하고 있는지에 관해 충격을 받았을 정도이다.

이 책을 다 읽은 필자의 소감은 한마디로 일반적으로 평화학자로 알려진 이재봉 교수가 얼마나 현실적인 합리주의자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나 할까.

저자는 자본주의 세력에 의해 ‘빨갱이’로 묘사되고 있는 사상인 공산주의가 사실 이념적으로는 이상형에 가까울 만큼 바람직한 것이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중간 단계인 사회주의 체제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전제한다. 하지만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아 1990년대 소련 붕괴를 시작으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 갈파한다.

이에 반해 자본주의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지만, 오히려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견제해왔기 때문에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시장민주주의’나 국가 개입 등을 통해 자본주의는 부단히 변화해 왔지만, 사회주의는 사상의 변화는 곧 ‘수정주의’라고 비판하면서 변화를 거부한 탓에 몰락을 재촉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생각을 북한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사상으로서의 ‘주체사상’은 사람의 자주성을 강조하고 철학적으로도 의미 있는 사상이지만, 이것이 김일성주의의 ‘수령론’으로 변질하여 가는 과정이나 이 과정에서 등장한 ‘선군정치’의 배경이나 의미를 그대로 지적한다.

그리고 최근 이른바 군사와 경제를 동시에 하겠다는 북한의 ‘병진노선’까지 있는 사실 그대로를 적시한다. 북한을 비난하는 내용이 어쩌면 하나도 없을지 모르나, 이렇게 저자의 책을 읽다 보면 북한이 그대로 발겨 벗겨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른바 북한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실체를 그대로 보게 된다.

저자가 이른바 조작된 ‘가짜 김일성론’이나 북한도 나름의 정통성이 있다고 주장해 마치 북한을 두둔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 역시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하고 있을 뿐이다. 더욱 남한의 이른바 공안 정국 상황에서도 북한이 제안한 ‘연방제’ 통일 방안을 “바람직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이 높은 통일 방안”이라고 강도 높게 주장하는 데서는 학자적 양심마저도 읽힌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북한의 이러한 연방제 제안이 변화해온 과정을 일일이 추적하며 최근에는 이른바 남한에 흡수될까 하는 우려마저 보이고 있는 ‘수세적 연방제안’으로 바뀌었다고 통찰하고 있다.

북한이 들으면 얼마나 가슴이 찔리고 기분이 나쁘겠는가. 필자가 저자의 이 책이 북한을 비난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분단의 원인부터 최근 종북 논란까지 언급… ‘비폭력 평화 추구’ 강조

남북 간에 충돌의 원인이 되고 있는 이른바 ‘북방한계선’이 등장한 배경도 사실적으로 지적하며 이로 인해 남북 모두가 실질적인 피해자라는 점도 그대로 지적하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북한과 평화지대로 만들고자 협의한 내용이 이명박 정부와 최근 박근혜 정부에 와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다시 남북한의 갈등을 불려 오고 있는 것에 대해 통렬하게 남한 정부를 비판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그리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이른바 ‘북핵 문제’에 관해서는 남한에 미군 핵무기가 등장한 배경에서부터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이에 따라 북미 대화가 합의와 파기를 반복한 최근의 역사까지 그대로 전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학자로서 이러한 상황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최근 급속히 악화해 가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회복하려면 1단계로 북의 핵 동결 선언과 북미 평화협정 등을 먼저 추진하고 그 이후 북핵 완전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추진하자는 현실적인 2단계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을 이른바 ‘친북주의자’라고 단호히 말한다. 통일을 위해서 어떻게 북한과 친하지 않고 통일을 이야기할 수 있느냐의 아주 상식적인 논리이다. 하지만 저자는 왜 이러한 상식이 한국에서는 이른바 ‘종북’으로 매도되고 있는지에 관해서도 친일파의 등장에서 최근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학자의 양심으로 사실을 그대로 갈파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이러한 ‘북한에 대한 사실 그대로의 이해’와 ‘통일을 위한 바람직한 방법’ 등 진실을 말하는 것이 왜 ‘법정 증언’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남한 상황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은 짧게는 한반도의 분단 시작에서부터 최근에는 이른바 신은미 씨의 통일콘서트가 종북으로 매도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와 특히, 남북한의 과거에 관해 거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저자 말대로 특히, 보수 언론의 왜곡으로 이 책마저 북한을 두둔하거나 사회주의 사상에 빠진 책이라는 왜곡된 편견을 가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내린 결론은 이 만큼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하고 학자적 양심으로 그리고 매우 현실적이고도 합리적인 기준으로 남북문제와 한반도 문제에 관해 쓴 책을 익히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이 책에서 최근 남한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통일에 대해 무관심해져 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상까지도 지적하며 왜 통일이 필요한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다시 한 번 자신이 한반도의 분단을 극복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진정한 힘은 평화에 있다고 믿고 있는 평화주의자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폭력을 폭력으로 되갚지 않고, 비폭력으로 대하며 나아가 사랑으로 감싸는 것”이 “내가 공부해 온 비폭력 정치학과 평화 연구의 정신”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저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는 나아가 남한의 진보와 보수가 그리고 남북한 당국이 상대에게 흉내라도 내보도록 제안하고 싶은 내용”이라고 갈파한다.

이 책이 이른바 ‘종북 서적’이나 ‘빨갱이 서적’이 아니라 얼마나 살아 있는 진정한 학자적 양심으로 쓴 책인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대목이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newyork&uid=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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