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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정책에 분노한 제주시민들 ‘쓰레기 산’을 만들다
‘제주 도민이 무조건 주범? 천만이 넘는 관광객은 무죄?’
임병도 | 2017-01-14 09:58:1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제주 시민들은 1월 13일 금요일,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정책에 항의하는 ‘쓰레기 산 ‘만들기 준법 투쟁을 벌였다. ⓒ페이스북그룹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

1월 13일 금요일, 제주에서는 ’13일의 금요일, 제주시 쓰레기 정책 시민 저항의 날’이라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집에 있는 페트병을 제주 시청 옆 ‘클린하우스'(쓰레기 배출 장소)에 한꺼번에 모아 쓰레기 산을 만들어 시민들의 불만을 표현하려는 준법 투쟁이었습니다.

왜 제주시민들은 이런 저항 운동을 하게 됐을까요? 이유는 제주시가 시행하고 있는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때문입니다. 제주시는 2016년 12월 1일부터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했습니다. 그동안 24시간, 요일에 상관없이 분리 배출하던 쓰레기를 요일별 품목별로 시간을 정해 버리는 제도입니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도에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배출제를 시행한다니, 무슨 문제일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도가 벌이는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는 쓰레기 문제를 시민에게만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정 편의에 불과했습니다.


‘불친절하고 급조된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제주시의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는 시행 첫날부터 시민들의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무슨 요일에 어떤 쓰레기를 버리는지 모르는 제주도민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배출 시간을 겨울철이라는 특성을 무시하고 오후 6시부터로 제한해, 야간 안전사고의 위험성에 대한 불만도 높아졌습니다.

▲제주시 홈페이지에 나온 ‘쓰레기 요일별 배출 공고’와 일본 나가사키시의 쓰레기 분리 배출 방법 리플렛

제주시가 시행하는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는 홈페이지만 가봐도 얼마나 성의 없이 진행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제주시 홈페이지에는 단순 텍스트로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시범운영 안내’만 간단하게 나와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 제도를 시행하고, 갑자기 배출 시간이 수정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습니다. 쓰레기 배출 요령에 대한 리플렛이나 안내 책자조차 찾기 어려웠습니다.

일본 나가사키시 홈페이지를 보면 쓰레기 배출 방법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어로 된 쓰레기 분리 배출 방법 안내문도 있었습니다. 나가사키시뿐만 아니라 일본 다른 지역도 ‘쓰레기 분리 배출 가이드’를 통해 쓰레기를 버리는 방법을 자세하고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고경실 제주시장은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에 대해서 “쓰레기 배출량 감축 및 재활용률을 높이려는 이번 정책은 단지 쓰레기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를 통해 시민들의 의식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민의식’만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정책 검토와 준비 없이 무조건 시민 의식 타령만 하는 모습은 불친절하다 못해 권위적이기까지 합니다.


‘배출은 요일별로, 수거와 처리는 한 번에’

제주시민들이 집에 쓰레기를 모아 놓고 요일에 맞게 품목별로 배출한 쓰레기는 어떻게 됐을까요? 제주시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에 가서 보니 수거한 재활용 쓰레기는 품목에 상관없이 모두 뒤엉켜 선별을 다시 하고 있었습니다.

2016년 1월~11월까지 재활용 쓰레기 처리율은 51.58%였고, 분리 배출제가 시행된 12월은 54%였습니다. 클린하우스 지킴이를 동원하고 제주도민들의 불편을 초래했지만, 효과는 그리 높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국가별 생활폐기물 매립률과 재활용 제품화율 ‘분리수거가 당신에게 가르쳐주지 않는 것’ ⓒ서울대저널TV

‘요일별 쓰레기 배출제’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고경실 제주시장은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시행 후 쓰레기가 21% 감소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쓰레기는 줄어든 것이 아니라 집 안에 쌓아 놓고 있을 뿐입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매립보다는 재활용 또는 자원화를 해야 합니다. 한국의 ‘생활폐기물 매립률’은 17.9%로 독일의 0.42%와 일본의 3.8%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국가별 재활용 제품화율’을 보면 독일의 59%, 스위스 43%에 비해 현저히 낮은 19%에 불과합니다.

현재 제주에는 9개의 매립장이 있지만, 모두 포화 상태입니다. 제주는 섬이라 매립장을 무한정 늘릴 수가 없습니다. 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원화를 통한 매립의 최소화입니다. 그러나 제주도는 쓰레기 배출에만 신경 쓰고 있지, 쓰레기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대책이 없습니다.

쓰레기 배출도 중요하지만, 운반과 처리 과정, 재활용처리 시설의 현대화, 재활용산업 지원과 대책 등이 마련돼야 합니다. 미래 지향적인 재활용 산업에 대한 인식이 없다면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쓰레기 해결책은 될 수 없습니다.


‘제주 도민이 무조건 주범? 천만이 넘는 관광객은 무죄?’

▲제주도 인구와 관광객 증가에 따른 1일 쓰레기 발생량 및 관광지 주변 버려진 일회용 쓰레기

2010년 제주 인구는 57만 명이었습니다. 2013년 60만 명으로 불과 3년 사이 3만 명 이상이 늘어났습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2010년 757만 명에서 2013년 1,085만 명으로 300만 명이 넘게 증가했습니다.

인구와 관광객이 증가하니 쓰레기 발생량이 2010년 84톤에서 2013년 165톤으로 무려 96%나 증가했습니다. 제주에 쓰레기가 넘쳐나는 근본적인 이유를 인구와 관광객의 증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제주 쓰레기 배출의 주범이 무조건 제주 도민이라고 단정 지으면 안 됩니다. 관광객 증가가 훨씬 빠르고, 일회용 쓰레기 등의 배출도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 제주도민들이 쓰레기 정책에 분노해 제주시청 옆 클린하우스에 쓰레기 산을 모으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페이스북그룹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

쓰레기 문제는 단순히 쓰레기 배출의 방법으로 개선되기는 어렵습니다. 양적 관광 정책의 재검토 및 환경 전문가를 통한 장기적인 정책 수립, 쓰레기 수거 및 재활용처리 산업의 육성 등 다각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집 안에 있는 쓰레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나올 쓰레기가 다음 주로 잠시 미뤄졌을 뿐입니다.

제주도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은 ‘쓰레기를 요일별로 배출하라’는 정책이 아닙니다. 근본 원인은 파악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시민’을 탓하는 공무원들의 ‘무지’와 ‘무책임’ 때문입니다.

진짜 분리해서 배출해야 할 것은 쓰레기와 같은 쓸모없는 공무원 의식과 보여주기식 정책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impeter&uid=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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